2016년 체포된 흑인청년 트라오레, 연행과정서 갑자기 숨져 논란 프랑스 경찰 집회 불허에도 파리 등 각지서 수만명 항의 시위
“미국에 ‘플로이드’가 있다면 프랑스는 ‘트라오레’가 있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에 항의하는 집회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2일 프랑스에서는 4년 전 흑인 청년이 경찰 연행 중 사망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릴 등 도심에 수천 명이 모여 인종차별 반대 집회를 열었다. 특히 파리 외곽 클리시에 위치한 파리 법원에는 시위대가 2만 명이나 몰렸다.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0명 이상의 집회를 불허했지만, 시위대는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이에 맞서 주변 집기에 불을 질러 큰 혼란이 발생했다.
2016년 7월 당시 24세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는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추격을 받고 한 주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연행 과정에서 갑자기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트라오레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이 체중을 실어 그에게 올라타 가슴을 압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특히 트라오레의 가족들은 그가 죽기 전 플로이드처럼 “숨을 쉬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부검을 통해 그가 평소 앓던 심부전 등 지병과 체포 당시 체내 대마초 관련 성분으로 인해 심장마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들은 ‘정부가 질식사를 은폐한다’며 항의해 왔다. 이런 트라오레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시위 현장에서는 프랑스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프랑스 흑인들도 미국과 유사한 일을 겪고 있다”고 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3일 정례 미사에서 “누구도 인종차별과 배척을 눈감아줄 수 없다. 인종차별로 사망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 시위대의 약탈이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자멸적이고 자기 파괴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럽 내 극우 정치인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는 트위터를 통해 플로이드 관련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해 논란이 됐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위가 아니라 안티세력의 무정부 운동”이라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