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폭동때 총들고 옥상서 맞서… ‘스스로 지키자’ 의미로 다시 등장 총든 사진에 “그들이 돌아왔다” 환호 시위 장기화에 총기 수요도 급증
미국의 한인 교민들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한인 가게 건물 옥상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직접 총대를 메고 한인 사회를 지킨 교민들을 일컫는 ‘루프톱 코리안’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고유명사처럼 회자되고 있다.
1992년 이른바 ‘로드니 킹 사건’으로 분노한 흑인들이 LA에서 폭동을 일으켰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한인 교민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손에는 총을 쥔 채 옥상 위로 올라가 폭도들에 맞섰다. 이때 탄생한 용어가 ‘루프톱 코리안’이다.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지키자’는 의미로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소셜미디어에 당시 촬영된 사진과 함께 “우리도 루프톱 코리안이 되자”, “루프톱 코리안을 존경한다” 등의 글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대신 상점을 지키기 위해 무장했다”고 밝힌 한 남성은 “‘루프톱 코리안이 되려고 한다”고 전했다. “루프톱 코리안들이 있었다면 이번 약탈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LA 폭동 당시 한인을 그리워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총을 들고 옥상으로 향한 한인의 사진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그들이 돌아왔다!”며 환영하기도 했다.
동시에 ‘루프톱 코리안’을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방어 대상이 흑인이기 때문에 루프톱 코리안을 너무 강조하면 또 다른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한 누리꾼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루프톱 코리안’은 영웅이다. 친구들과 가족들끼리 약탈 행위로부터 자신의 사회를 지킨다는 연대의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