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심 대표가 편안히 앉아 단공호흡을 하고 있다. 단공호흡은 단전의 기를 비우고 새로운 기를 불어넣는 호흡법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아주는 효과가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이 대표는 2018년 뼛골이 쑤실 정도로 크게 아파 고생했다. 두 달 반 동안 온몸이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양의사, 한의사 다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1박 2일 수면다원검사 결과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지 않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야 할 시간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을 잘 수 없는 병이다. 원인은 과로였다.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학 강의(경민대, 성균관대, 홍익대, 상명대, 국민대)와 전시를 병행했고, 2006년부터 갤러리 나우를 운영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이 이어진 것이다. 수면 유도제와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영양제도 한 주먹씩, 항산화제까지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이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뛰고 걷는 사람과 나처럼 끝없이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웃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한의사를 만나 침을 맞으며 다소 회복되기도 했지만 수면 뒤 개운치 못한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다. 올 1월 갤러리 나우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강남 지인의 소개로 10년 넘게 단공호흡법을 연마하고 있는 변규주 선생(54·영농조합 푸른알 이사)을 만나 호흡법을 배운 것이다. 이 대표는 “변 선생이 제 얼굴을 보자마자 호흡법을 하라고 조언했어요. 시커먼 안색을 보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호흡법을 한 날부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단공호흡법은 앉아서 해도 되지만 큰 대자로 누워, 양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벌리고, 양다리도 어깨넓이만큼 벌린 자세로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배가 등에 닿도록 뱉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5분만 해도 된다는 변 선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매일 호흡법을 하긴 쉽지 않았는데 5분만 하라는 말에 ‘그럼 매일 할 수 있겠지’ 하며 시작했어요. 그런데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 금방 30분이 갔어요. 호흡하며 잠들어도 좋다는 말도 호흡법을 지속시켰죠. 실제로 잠에 쉽게 빠져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로 밤에 호흡법을 했다. 잠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안색이 밝아지며 주위로부터 “뭐 좋은 것 먹었냐”는 반응이 왔다.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호흡법을 통해 욕심도 버렸다. 이 대표는 “솔직히 전 제자들이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죠. 호흡법을 한 뒤 우리 아들이 ‘엄마 요즘 왜 그래?’라고 해요. 다른 때 같으면 짜증을 냈을 텐데 웃어넘기는 것을 보고요”라며 웃었다. 호흡으로 단을 비우며 마음도 비웠기 때문이다. 변 선생은 “호흡을 하며 기를 비우고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묵으로 마음을 비우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채우려고만 하다 보니 순리에 역행해 온갖 병을 가지게 됩니다. 호흡하며 생각 버리기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하며 삶에 여유가 생겼지만 가끔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아직도 버려야 할 욕심이 더 있다는 얘기죠. 이게 숙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호흡법 전도사가 됐다. 몸이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흡법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