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최근 극우범죄 기승하자 “네오나치 세력 성지화 막겠다” 오스트리아 정부 개축 서둘러
오스트리아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위치한 히틀러 생가의 현재 모습(왼쪽 사진)과 2023년 경찰서로 개축될 모습. 2일 오스트리아 정부가 공개했다. 브라우나우암인=AP 뉴시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히틀러 생가 개축 설계에 응모한 12개 회사 중 오스트리아 건축가 베른하르트 마르테가 이끄는 ‘마르테마르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 약 500만 유로(약 68억 원)를 투입해 2023년 초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11월 개축 계획을 밝혔고 유럽연합(EU) 내 건축회사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를 받았다.
히틀러 생가는 독일과의 국경 지대인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노란색 3층 건물로 외부에는 ‘히틀러가 태어난 곳’이란 작은 표시가 있다. 건물 앞에 ‘파시즘은 안 된다’는 글이 적힌 작은 바위도 있다. 이 바위는 수도 빈에 있는 박물관으로 이전된다.
유럽 극우세력은 매년 4월 20일이면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히틀러 생가를 방문해 왔다. 이에 오스트리아는 1970년대부터 이 건물을 임차해 복지시설로 활용하며 극우파 접근을 차단했다. 2016년 건물 주인에게 81만 유로(약 11억 원)를 주고 매입한 후 부지 용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히틀러와 나치의 과오를 반성하기 위해 건물을 없애자’ ‘진정한 반성을 하려면 고스란히 남겨둬야 한다’ ‘자선단체, 가정폭력예방센터 등 공익 목적으로 쓰자’는 등 갖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 지난해 말 정부가 경찰서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경제난과 반(反)이민 심리 확산으로 극우주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 유대교회당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올해 2월 독일 하나우에서도 총기 난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이민자 출신이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도 기관총과 폭발물로 무장한 신(新)나치주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