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격화… 한인피해 속출 필라델피아 점포 50곳 약탈 당해 “매장 뒷문에 차 대고 박스째 훔쳐”
미국 앨라배마주 최대 도시 버밍햄에 거주 중인 한국 교민 데이비드 김 씨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시위대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40년 동안 일궈온 김 씨의 잡화점은 불에 타버렸다. 이영준 전 버밍햄한인회장은 2일 “시위대가 건물 유리창을 깨고 불을 질렀다. 옷, 신발, 모자 등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고 전했다.
버밍햄의 주민 71%가 아프리카계다. 김 씨는 흑인 손님들과 ‘브러더’ ‘시스터’로 부르며 친근하게 지내 이웃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복구 작업을 도운 한 백인 여성은 2일 김 씨 상점의 페이스북에 “오늘 김 씨를 도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는 심지어 상처 입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해줬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내 인종차별 시위가 격화되면서 김 씨 같은 한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들의 재산 피해는 99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돼 전날보다 20건 늘었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협회장은 “트럭을 매장 뒷문에 대고 박스째 물건을 훔쳐 가는데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며 “집에서 매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약탈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약국은 (약탈범들이) 전기톱으로 철문을 뜯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한인 미용용품점 약 600개 중 상당수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한인사회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마트들은 약탈을 대비해 통행금지 시간인 오후 6시보다 이른 오후 4시 반경 문을 닫았다. 윤덕민 뉴욕 뷰티서플라이협회장은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백화점까지 털리는 마당이니 말 그대로 ‘밤새 안녕’이라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뉴욕=박용 / 로스앤젤레스=윤수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