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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지원금 효과’ 확인한 여야, 기본소득 이슈 선점 나서

입력 | 2020-06-04 03:00:00

21대 국회 문 열자마자 “현금복지”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기본소득제 도입 및 재난지원금 확대 주장이 여의도를 휩쓸고 있다.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제 관련 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미래통합당 역시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겼던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발언 빈도를 늘리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는 한때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논의조차 금기시됐던 측면이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 경제가 현실화하자 여야가 결계를 풀고 이슈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총선에 이어 2022년 대선에서도 복지 확대와 사회안전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여야 기본소득 릴레이 주장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 입법 준비에 나섰다.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을 골자로 한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본소득위원회를 꾸려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 지급 대상, 기준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게 뼈대다. 민주당 허영 의원도 청년, 농어민 등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기본소득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기본소득 도입 이슈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것은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을 도입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후 큰 진전이 없던 기본소득 논의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3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지자체가 (추진)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범 실시 과정의 의미가 있다”며 힘을 실은 바 있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 통합당도 기본소득 논의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검토에 들어가면서 통합당 내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통합당 김현아 비대위원은 2일 라디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테이블에 못 올릴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적극 검토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서는 조해진 의원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양수 의원도 기본소득제를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결국 재원 마련 방법론이 핵심 쟁점 될 듯 기본소득제 도입이 화두가 된 데에는 이 이슈를 선점한 정당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차기 대선 주자군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연구를 공식화했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결국 향후 핵심 쟁점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3일 당 초선 의원 강연 뒤 “(정치권에서 도입에) 공감대가 있는 것과 (기본소득제 실행을 위한) 재원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며 “함부로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여야 모두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없다. 다만 관련해서 지금까지 진보 진영은 증세와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보수 진영은 국채 발행은 안 되며 세출 조정과 계층, 지역별로 다른 복지 수단 일원화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채 발행은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고 세출 조정은 재정을 차세대 산업동력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증세 논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시점이 되면 정치권이 증세를 위한 국민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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