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2일(현지 시간) 4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이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장기 난항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자는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 한국인 군무원의 인건비로 2억 달러(약 2436억 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분담금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선(先)지급한 뒤 협상이 타결되면 분담금에서 그 금액만큼 차감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 ‘무급휴직’ 물러선 美 “韓도 유연성 보여라” 압박 ▼
방위비 협상 새 국면
외교 당국자는 “인건비 선지급과 관련된 최종 조율 과정이 남아 있지만 최종 합의되는 총액에서 (선지급) 액수가 빠진다는 것은 양국이 이해를 나눈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3일 무급휴직 중인 한국인 근로자(4000여 명)에게 15일부터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이날 결정에 대해 미국이 일부 한국에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이 한국도 성의를 보이라며 방위비 증액 요구(1년 계약·13억 달러)를 더욱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결정으로 양국 사이에 더 공평한 인건비 부담이 가능해졌고, 동맹 대비 태세도 갖춰졌다”며 “미국은 협상 접근법에 있어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 왔다. 한국도 똑같이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 ‘우리가 이번에 또 양보했으니, 한국도 향후 협상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분담금 협상 합의 없이는 핵심적인 방위를 위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중지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도 했다. 일단 우리 정부 당국자는 “조속한 협상 타결 의지가 이번 합의로 재확인됐다. 협상 타결의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이번 (합의) 수용을 계기로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방위비를 얻어내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국내적인 이유로 방위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지만, 압박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