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끝없는 추락을 멈춰 세워줄 구원자가 없다. ‘독수리부대’를 이끌어야 할 김태균(38·한화 이글스)마저 방향을 잃었다.
파격적 휴가도 효력이 없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개막 이후 11경기 타율이 0.103까지 떨어졌던 김태균에게 충분한 재정비의 시간을 줬다. 2군에서 컨디션을 완벽하게 되찾아 돌아오길 기대하며 5월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전격적으로 제외했다. 5월 23일부터 지독한 장기연패에 빠졌지만, 베테랑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2주 동안 머리를 식힌 김태균은 3일 1군에 돌아와서도 시즌 타율 0.108로 방황하는 중이다.
한화는 김태균의 복귀에 은근한 희망을 걸었다. 3할대의 통산 타율을 기록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현재 1군 엔트리에서도 가장 압도적 무게감을 갖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함께 훈련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동료들에게 든든한 안정감을 줘야 하는 것이 베테랑 김태균의 몫이기도 하다. 이에 주장 이용규도 김태균이 1군에 재합류한 3일 “팀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김태균의 몸은 굳어있다. 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도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특히 연패 탈출을 위해 분전하는 후배들의 모습과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화는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고졸 3년차 정은원이 2루타를 때린 뒤 이성열의 유격수 병살타 때 1-2로 따라붙는 득점을 만들었지만, 뒤이어 김태균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추격의 기세가 끊겼다.
수비에서도 치명적 장면이 나왔다. 1-4로 끌려가는 7회초 2사 1루서 투수 앞 땅볼을 잡은 박상원의 송구를 아웃으로 이어내지 못했다. 날아오는 공의 위치를 놓쳤고, 뒤로 빠트린 공에 대한 대처도 늦었다. 투수의 땅볼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노련한 김태균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한화는 이 실책을 빌미로 키움에 3점을 더 헌납했다.
이어진 7회말 고졸 2년차 노시환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마지막 불씨를 살려봤지만, 앞서 7회초 나온 대량실점이 뼈아팠다. 김태균은 8회말 자신의 마지막 타석에서 8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국 팀은 3-7로 져 11연패에 빠졌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균은 최재훈, 송광민과 함께 가장 먼저 타격훈련을 시작했다. 무더워진 날씨에 남들보다 앞서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부담감에 짓눌린 베테랑은 아직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