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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B형간염 의약품 활용 ‘코로나 치료제’ 연내 개발 가속도

입력 | 2020-06-05 03:00:00

치료제 후보물질 3종 살펴보니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월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이달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단’ 3차 회의를 열어 치료제와 백신 확보 전략을 담은 로드맵을 내놨다. 연내 3종의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하고 백신은 내년까지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화합물치료제 등 총 10개 후보 물질이 임상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시클레소니드와 클레부딘, 이펜프로딜 등 3종의 약제는 연내에 임상 시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이들 후보 약물 이름까지 공개하면서 이들이 어떤 약이고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됐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내 임상 완료 목표 3종 치료제 후보는 약물 재창출 방식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화합물 기반 치료제와 혈장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3가지 방향에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지원계획에서 발표한 3종의 치료제 후보 물질은 기존 발굴된 약물에서 효과를 찾는 재창출을 이용한 화합물 기반 치료제들이다.

시클레소니드는 천식치료제로 ‘알베스코’라는 제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3월 말 기존 약물 중 코로나19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꼽은 대표적 약물 가운데 하나다. 호흡기로 흡입하는 형태의 스테로이드 제제로 폐 등 호흡기에만 직접 작용해 다른 부위 부작용이 적고 폐렴 같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내 임상 완료가 기대되는 또 다른 치료제 후보인 클레부딘은 원래 B형간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레보비르’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유전체를 구성하는 염기분자(핵산)와 구조가 비슷한 물질이다. 마치 국수 기계에 밀가루 대신 설탕을 넣어 국수를 만들지 못하게 하듯 유전체 복제를 방해해 바이러스를 막는 원리다.

연내 임상 완료를 목표로 한 이펜프로딜은 뇌경색 후유증, 뇌출혈 후유증에 따른 어지럼증 개선 등에 쓰이는 약물이다. 폐세포나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안테나’ 역할의 수용체에 붙어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면역과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 등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속도 내는 항체치료제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가장 널리 연구되는 편이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 형성된 항체만 따로 분리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바이러스의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분리해낸 항체를 ‘단일클론항체(단클론항체)’라고 부르는데 이를 쓰거나 다른 약제와 섞어 쓴다. 바이러스 침투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를 둘러싼 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항체치료제는 체내에 수주간 머물면서 단기적인 바이러스 예방 효과도 발휘한다.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의 장신재 사장은 지난달 18일 ‘바이오코리아 2020’ 기업설명회에서 “항체 반감기인 2, 3주 정도 외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이미 판매 승인을 받은 다른 질병용 약물을 코로나19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과 프랑스 사노피가 개발해 2017년 미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사릴루맙’과 로슈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이 대표적이다. 두 치료제 후보는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물질(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새로 개발되는 항체치료제도 많다. 리제네론사는 새 항체치료제 임상을 6월부터 시작한다. 중국과학원과 중국수도의대는 올 5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스파이크단백질 수용체결합부위(RBD)에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 4개를 발굴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을 족제비(페럿)를 대상으로 실험해 이달 초 효능을 확인했다. 영장류 실험을 거쳐 7월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개발 백신 1종, 이르면 내년 하반기 목표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완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적혈구와 백혈구를 빼고 혈소판을 제거한 성분을 치료제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혈액 내 중화항체가 바이러스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낸다. 국내에서는 GC 녹십자가 7월 임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혈장을 완치자에게 기증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기증 수가 적어 방역 당국이 기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혈장치료제를 만들려면 100명의 혈장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12명만 기증했다”며 “완치자의 혈장 기증을 늘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에서 백신 개발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창출 방식을 활용하거나 완치자 혈액을 활용하는 치료제에 비해 백신 개발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권준욱 원장은 “국내에서는 항원을 합성하는 백신(재조합단백질 백신)을 1개 기업이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고 핵산을 이용하는 방식도 2개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는 모두 동물실험 중이며 합성항원 백신과 핵산백신 한 종은 내년 하반기, 나머지 핵산백신 하나는 2022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은 이 두 가지 방식 외에 직접 바이러스를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주입하는 방식과 바이러스를 택배 차량처럼 이용하는 전달체(벡터) 방식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지 않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