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상점들 철조망 덧대 봉쇄
교민 “유리창에 덧댈 나무판… 마스크 때처럼 구하기 힘들어”
맨해튼 고급 상가 지키는 경비원들 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고급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 바깥에서 보안요원들이 맹견과 함께 백화점 경비를 서고 있다. 백화점 측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틈탄 약탈을 막기 위해 외부에 나무판을 대고 쇠 철조망을 쳤다. 뉴욕=AP 뉴시스
맨해튼 전역에서 약탈 방지 보강공사 주문이 밀려들자 널빤지와 인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정섭 우리아메리카 본부장은 “맨해튼 본점과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지점에 예방 차원에서 나무판자로 보강공사를 했다”며 “나무판자와 인부를 구하는 게 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 구하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시가 통행금지 시간을 오후 8시로 앞당기고 야간에 96가에서 남쪽으로 가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면서 맨해튼 심장부 미드타운까지 휩쓸었던 대규모 약탈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뉴욕 최대 번화가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는 군 기지처럼 널빤지를 대고 2m가 넘는 철제 울타리와 쇠 철조망, 30명의 경비원까지 배치하는 ‘3중 방어막’을 쳤다.
약탈자들은 진열대와 집기까지 부쉈다. 17년간 이곳에서 가게를 키워온 이 씨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경찰 피해 보고서가 나오면 보험금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가게 앞에 이웃들이 ‘힘내라’고 써놓고 간 쪽지를 보면서 그나마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브롱크스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도 1일 밤 약탈 피해를 당했다. 그는 “가게가 털리는 동안 경찰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뉴욕시와 뉴욕시경에 공권력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 달라”며 뉴욕한인회의 문을 두드렸다. 박광민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장(55)은 “약탈이 진정되고 있지만 시위가 계속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접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