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굴욕당한 트럼프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책임지지 않는 특권(미국 통신품위법 230조 면책특권)을 누리는데, 이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콘텐츠를 임의 편집·차별하지 말라는 것으로 자신의 트윗에 손대지 말라는 뜻이다.
트위터는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가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자들을 폭도로 칭하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는 트윗을 올리자 이번엔 ‘폭력을 미화할 수 있다’는 문구를 걸고 해당 트윗을 아예 가려 버렸다. 트럼프가 같은 글을 올렸는데 그대로 놔둔 페이스북과 대비되는 조치였다.
트럼프 발언을 그대로 남겨둬 비난받는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들이 진실의 결정자(arbiters of truth)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은 가짜 같아도 나중에 진실로 밝혀질 수 있고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는 가짜뉴스라 치부하는 요즘, 일면 타당하다. 가짜뉴스 판별엔 당연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명백하게 조작된 가짜뉴스는 다르다. 실제로 트위터는 최근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발생해 미군을 통해 중국에 전파됐다”는 중국 외교부 간부의 트윗이나 “자가 격리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브라질 유력 정치인 트윗에도 트럼프와 동일한 경고 딱지를 붙였다.
이번 논란은 플랫폼을 단순 전달자(mere distributor)로 볼지, 콘텐츠 발행자(contents publisher)로 볼지에 대한 문제다. 물론 트럼프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면 당장 트럼프 트윗도 제재 대상이 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단 설명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인 60% 이상이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지만 플랫폼에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플랫폼이 특정 세력에 이용자 정보를 팔아넘겨 선거 개입의 빌미를 주고 혐오와 막말의 정치를 방치하는 등 민주주의를 망친다는 비판이 커진 만큼,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9명이 포털로 기사를 보고 상당수 정치인이 소셜미디어를 입장 표명 창구로 쓰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