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먼저 보낸 시인의 애통함을 담은 비가(슬픈 시)다. 그녀는 스물에 시집와 스물일곱에 요절했다고 한다. 죽음은 인연의 단절이기 마련이지만 반짇고리와 아내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과 꿈속의 상봉, 그리고 가난했던 시절의 온갖 애환이라는 끈질긴 고리로 얽힌 부부의 인연은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아니 시인은 그 인연을 지속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을 주고도 아직 남겨둔 옷가지와 차마 열어보지 못하는 반짇고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니 아내의 부재가 새록새록 더 도드라졌을 것이다. 그에 더하여 슬픔의 크기가 배가되는 건 가난을 벗어난 현재의 나아진 생활일 것이다. 하여 꿈속에서나마 재물을 안겨줌으로써 지난날의 궁핍에 대한 여한을 보상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시는 3편의 연작시 가운데 제2수. 제1수에서는 “이제 난 녹봉 십만 냥이 넘는 관리, 당신에게 제사도 올리고 공양도 드린다오”라 했고, 제3수에서는 “우리가 같이 묻힌다 한들 다 무슨 소용, 내세의 인연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걸”이라 했다. 아내를 추념하는 시를 유달리 많이 남겼던 원진, “고금에 애도시가 넘쳐나지만 이 3편을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