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李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은 이날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담은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400권 20만 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법원에 접수시키느라 트럭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모든 서류가 접수된 직후인 오전 11시 50분경 검찰은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 고발 등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고 밝혔다.
○ 검찰 영장 청구에 변호인 “강한 유감”
검찰이 이 부회장 측의 소집 신청 이틀 만에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꺼내들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을 피력했다. 변호인은 이날 오후 2시경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으려 했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 이전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정해졌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은 사건관계인 신청에 따른 수사심의의 대상이 아니며, 소집 신청으로 수사 절차가 중단되지도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한 수사 지휘라인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구속영장 청구 승인을 건의했고, 3일 오후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때 구속영장을 주초에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관련 서류를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청구 시점이 다소 뒤로 밀렸다고 한다.
○ 재계 “검찰 수사, 기업인에 유독 가혹”
삼성 측은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신청서를 낸 지 이틀 만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설마 했는데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만든 취지가 대기업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로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 확보와 수사권 남용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대기업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7년 8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도입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점검 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8년 첫 심의위 회의 안건은 불법 파업을 주도했다며 기아자동차 사측이 고소한 노조 간부들의 처분 문제였다. 검찰은 기소를 주장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 처분’ 결론을 내렸고, 결국 불기소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이라고 수사에 예외를 두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인이라고 더 가혹하게 처분 받아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8일 오전 영장 심사
검찰이 지난해 5월과 7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해 청구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되어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1년 가까운 보강 조사를 통해 수사 초점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번 영장 청구 초점이 분식회계 관련 의혹이 아닌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의혹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