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영장청구’ 주요기사로 다뤄… 5년째 수사로 리더십 공백 리스크 재계 “빠른 의사결정 힘들어질수도”
“바이러스 전쟁에서 앞서 싸웠던 삼성 억만장자의 운명이 위험에 처했다.”(블룸버그)
“한국이 삼성 후계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로이터)
4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주요하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핵심 플레이어였다”며 “삼성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 속에 이 부회장은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다소 권위를 잃을 수 있는 위험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분석했다.
재계에는 리더십 공백 리스크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은 2016년 12월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5년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긴 수사에 따른 경영진 공백이 자주 발생했고 해외 출장부터 대형 인수합병(M&A)까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2016년 약 9조 원을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사들인 이후 대규모 M&A가 끊긴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2018년 석방된 직후 유럽 미국 등을 오가며 글로벌 경영부터 챙겼다. 1년여의 수감 기간 동안 멈췄던 신사업 해외 수주나 M&A, 투자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총수가 없으면 전문경영인이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 기업의 경영에는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 해외 네트워크가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부회장은 일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2위 통신사 KDDI로부터 2조4000억 원 규모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삼성은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경기 평택사업장에 18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시설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삼성의 리더십 공백은 국가적인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