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 담화 직후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해외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거세게 비판했다.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금지 대상이) 대북 전단이지만 다음은 대북 방송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며 “이후 북한이 문제 삼을 때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으로 통제하려는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인권이 보장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며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막고는 남북관계 진전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2018년 판문점합의에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단체들이 대북 전단 발송을 비롯해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동아일보에 보낸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만큼 남북한 사람들의 인권보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나 그는 근대사에서 가장 잔혹한 독재정권에 베팅을 하느라 되레 이를 억압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려는 것은 한국 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또 다른 위험한 시도이자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겨진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는 탈북자들이 동포들을 향한 지지와 희망을 보내는 검증된 방법”이라며 “이것이야말로 탈북자들이 북한의 핵무기에 맞서 쓸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자유북한방송 등의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매년 4월 마지막 주 북한자유주간에 대북 전단을 날리는 행사에 참여해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RFA의 논평 요청에 대변인실을 통해 “남북 간의 대화 통로들이 다시 열리는 것을 거듭 지지해왔고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