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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 “정윤회와 이혼…그것은 비극적 운명의 시작”

입력 | 2020-06-05 17:29:00

"박근혜 보좌 문제로 정윤회와 수시로 갈등"
"정윤회 떠나자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주목"
"수발 위해 청와대 갔을뿐…투명인간이었다"
"박근혜, 내 개인사 관심조차 없어 섭섭해"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곁을 떠나라’는 남편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계속되는 권유에 이혼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5일 출간된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서 이같이 설명한 뒤 “그것이 비극적인 내 운명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이후 “정 전 실장과 수시로 갈등을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최씨는 “정 전 실장은 아버지(최태민)와 박 전 대통령에 엮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 나에게 ‘제발 박 대통령 곁을 떠나라’며 수차례 권유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떠나자니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세상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결국 그를 최태민의 사위에서 놓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아버지와 관련된 의혹으로 자신과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이 고통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아버지 최태민의 딸이라는 굴레는 늘 나에겐 약점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당대표까지 진출하자 슬슬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 전 실장은 그 이후 비서실장을 그만뒀으나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이 따라다녔고, 결국 2014년 11월 세계일보에 정윤회 문건 사건이 보도됐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중심에 나와 유라 아빠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비선실세 논란의 전초였던 셈”이라며 “박 전 대통령 국회의원 시설 비서실장을 그만둔 유라 아빠는 그후 그분을 만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세계일보의 무책임한 보도로 인해 유라 아빠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되는 일까지 겪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정 전 실장이 우리가족을 떠나자 나의 존재가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정윤회라는 이름의 방패가 없어지니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최씨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관계는 청와대 입성 후까지 이어졌다.
최씨는 “곁에서 가족처럼 수발해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려먼서도 “나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 투명인간이 돼야했고, 비서 외에는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다”며 “그분(박 전 대통령)이 그걸 싫어하셨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나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며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을 했는지, 마음은 어떤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나는 내 입으로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세상엔 비밀이 없는지 저들이 스스로 알고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나를 이용해 뒤에서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통탄할 뿐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