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20.3.11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는 과정에서 조직과 인력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개정안은 현재 질본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를 합쳐 설립하는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에 두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승격시키지만 오히려 인력과 예산이 축소돼 ‘무늬만 승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글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2만8701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보건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이냐. 질본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 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이 행안부가 입법예고한지 이틀 만에 이를 바로 잡고 나선 것이다.
이어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의 의견이 있었고, 이를 종합적으로 대통령께서 숙고하신 끝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판단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긴 하지만, 정 본부장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대응과정에서 정 본부장의 노력에 수차례 격려를 보냈고, 청와대 참모진들과 모인 자리에선 여러 차례 “정 본부장은 내가 뽑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을 정도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감염병연구소가 질병관리청에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질본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애초의 취지에 맞도록 충분한 조직 보강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며 “형식적인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