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해경 구멍 뚫린 해안 경계

지난달 23일 충남 태안군 일리포해변에서 태안해양경찰이 이 부근에서 발견된 소형 레저보트를 수색하고 있다. 태안=뉴스1
○ 13차례 포착됐지만 이틀간 몰라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은 레저보트를 타고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항을 출발해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 23분경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방파제에 도달한 뒤 육상으로 도주했다. 이틀 뒤인 23일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조사에 나선 군은 해당 보트가 해상 감시장비에 총 13차례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 해안레이더(6회)는 당시 근무자가 인지하지 못했고 해안감시카메라(4회)와 열상감시장비(TOD·3회)로 해당 보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했지만 근무자가 이를 낚싯배로 여겨 추적 감시하지 않았다. 군은 해상과 해안 경계, 해경은 밀입국자에 대한 감시 및 검거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군과 해경의 조사 과정에서 4월 20일 의항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가 지난달 레저보트 밀입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침투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중국인 밀입국자 5명이 타고 온 이 보트는 중국 웨이하이항에서 일리포 해안 돌출구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해상레이더에 3회 포착됐으나 근무자가 이를 보지 못했다. 뒤늦은 조사로 인해 해안감시카메라 기록도 저장기간(30일)이 지나 자동 삭제된 상태였다고 한다. 게다가 밀입국 시간대에 TOD는 녹화기능 부품이 고장 나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TOD 기능상 녹화된 영상을 임의로 삭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합참은 4일 태안군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추가로 발견된 고무보트 1척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감시경계를 소홀히 한 군 관계자들을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군과 해경은 중국인이 탔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당 보트도 밀입국에 이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5일 ‘태안 보트’ 관련 초동대응 미흡 책임을 물어 하만식 태안해경서장(51)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 1년 전 ‘삼척항 노크 귀순’ 판박이
군은 지난해 6월 ‘삼척항 노크 귀순’ 사건을 계기로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5일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며 군 안팎에선 “사실상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 / 인천=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