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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엄마 일하는 동안 흑인 꼬마 추락사…시위 불 댕겨

입력 | 2020-06-06 19:04:00


 브라질에서 백인 주인에게 잠깐 맡긴 흑인 꼬마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이 6일 보도했다.

지난 2일 5살난 소년인 미구엘 다 시우바는 자신의 엄마가 일하는 고층 아파트 9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가정부인 흑인 어머니는 주인의 개를 산책시키러 나가는 동안 백인 집주인 여성에게 잠깐 아이를 맡겼다.

브라질 TV로 방송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집주인은 소년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소년과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을 뻗어 맨 위층 버튼을 눌러주기까지 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소년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발코니 난간을 타고 창문을 통해 올라갔다가 떨어져 숨졌다.

흑인 아이의 안전을 등한시한 주인의 행태는 미국의 인종차별 사례처럼 브라질에서도 공분을 일으켰다.

5일 사고가 일어난 브라질 북동부 헤시페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자는 “미구엘의 삶은 많은 다른 흑인 노동자 가정 아이들의 현실을 상징하기 때문에 나왔다”면서 “우리 중 누구라도 그 소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소년의 사진이 찍힌 티셔츠를 입고, 법원에서 소년이 사망한 건물까지 행진했다.

미대륙에서 노예제를 가장 늦게 폐지한 브라질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종문제가 심각하다. 흑인은 브라질 인구의 56%를 차지한다. 하지만 활동가들에 따르면 임금은 백인보다 평균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기대수명이 짧고 여전히 뿌리 깊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