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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시내에 주말 시위대 20만명 예상, 곳곳 봉쇄

입력 | 2020-06-07 07:49:00

플로이드 추모 시위 런던, 파리 등 전세계에서 계속
시위대 "흑인생명도 소중하다" 거리 만든 시장에 환호
시민들, "트럼프에 맞선 바우저시장을 부통령으로!"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에게 살해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인 6일에도 계속되면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는 경찰 추산 약 20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어 비상이 걸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이드의 유해가 고향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두 번째 장례식과 추모식을 치르며 수 백명의 조문객이 줄을 서서 조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시내에서는 곳곳이 군 장비와 차량으로 봉쇄되었다. 피로에 지친 경찰은 이 지역에 몰려들 군중을 예상하고 아예 시위 시간이 되기 전에 시내 중요 지점의 통행을 막아버렸다.

그러나 워싱턴 시내에서는 찌는 듯한 습도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위대가 의사당 앞과 내셔널 몰 거리, 인근의 주택가 길을 메우고 시위를 계속했다. 많은 군중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 앞을 향해 행진했다.

워싱턴 시내 16번가 거리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Plaza) 광장 이름을 붙인 뮤리엘 바우저 시장이 현장에 걸어서 나타나자 군중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로 지지를 보냈다.

5대째 워싱턴 시민으로 산다는 아트 린디(56)는 시장이 옆으로 지나갈 때 “ 바우저를 부통령으로!”라고 외치면서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과 조롱에 맞서서 당당하게 싸워온 시장을 응원했다.

건설현장 감독인 그는 “ 바우저 시장이 연방정부의 막강한 권력에 맞서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해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워싱턴 시내에서는 매일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에 관한 시위가 일어났지만 대체로 평화시위였고 폭력은 없었다.

하지만 백악관은 새로 철조 울타리를 추가 설치하고 경비 병력도 더욱 강화했다. 그래서 6일 백악관 관저에서는 바깥의 시위대의 항의하는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이 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행사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런데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트럼프 골프장이 있는 도랄까지 시위가 번져서 약 100명이 골프장 앞에 모여 항의했다. 이 시위는 ‘흑인생명도 소중하다’ 라틴계 주민 단체가 조직했다.

미국 내의 모든 지역과 대도시에서도 주말 시위는 계속되었고, 런던 파리 베를린 시드니 등 외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플로이드 추모집회와 시위가 일어났다.

플로이드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마을 래포드의 프리윌 침례교회 앞에서는 그의 관에 헌화하고 조문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날 장례식은 가족과 친척등 소규모로 치러졌고 사람들은 함께 찬송가를 부르며 그의 넋을 위로했다.

교회 앞에는 커다란 플로이드의 사진과 천사날개를 달고 머리 위에 후광이 있는 플로이드의 초상화가 설치되어있었다.

이 날 관이 도착할 때 대부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은 플로이드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No justice, no peace )는 등의 구호로 이를 맞이했다.

마을에서 가까운 페예트빌 시에서 온 에릭 카를로스는 “ 플로이드가 고향 사람인 것을 알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충격이 컸다. 흑인인 나의 친구들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체로 미국 전체의 주말 시위는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초기에 벌어진 폭력적인 면모를 탈피하고 주말에는 거의 다 평화시위로 전환했다. 시위대와 이들을 지지하는 공무원등 공직자들은 앞으로 플로이드 죽음에 대한 분노를 사회적 변화, 특히 경찰의 정책을 바꾸는 방향으로 표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시위에 참가한 은퇴한 교사 테레사 블랜드((68)는 “일단 경찰의 관행부터 바꾸고 범죄를 저지른 경찰이 계속 봉급을 받으며 자기 집에 편하게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주택문제, 정치적 정의, 교도소 행정 등 모든 방면에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어갈 뿐 만 아니라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죽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죽기도 한다”며 양극화 해결을 언급했다.

이미 일부 지역 경찰이나 주 정부에서는 경찰의 가혹행위 등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거나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는 버팔로 소속의 경찰관 2명이 6일 시위에 참가한 75세의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노인이 뒤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일로 기소되었다.

두 경찰관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2급 상해 혐의는 과하다고 주장해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현장 단속 장면의 동영상이 TV로 방영된 뒤에 무급 정직 처분을 받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