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스튜디오 © 뉴스1
“조민수와 김은영(치타), 두 배우를 한 앵글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남연우 감독은 최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을 그린 영화. 조민수와 김은영이 모녀 역할로 영화에 먼저 캐스팅 돼 있었고, 남연우 감독이 합류하게 되면서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초미의 관심사’가 탄생하게 됐다.
남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수 작품에서 연기 내공을 쌓았고 영화 ‘분장’(2017)을 통해 감독 각본 편집 주연까지 맡으며 연출력과 재능을 인정받았다. ‘분장’에 이어 ‘초미의 관심사’까지, 편견을 갖고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영화에 담아내며 또 한 번 호평을 이끌어냈다. 편견에 대한 주제의식을 직접적이거나 무겁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연출력이 더욱 돋보였다.
<【N인터뷰】①에 이어>
-이태원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특별했다. 특별히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저도 실제로 이태원에 산지가 2년이 넘었다. 영화에서 추격신을 하는 그 골목 어딘가에 살고 있다.(웃음) 이태원에 살면서 너무 좋더라. 제가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많은 외국 분들이 여행을 오신다. 그 분들이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면 여행할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곳에선 어떤 인물이 지나다녀도 ‘뭐야?’ 하는 이런 시선이 없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느낌이 좋고 제 스스로도 저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옷을 입을 때도 원래 안 입었던 것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원하는 걸 실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색안경도 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든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게 된다.
-이태원 추격신을 찍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
-파르쿠르 액션신부터 영화에 대한 재미가 더욱 커진 것 같다. 파르쿠르 액션신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제가 글을 쓸때 평소에도 엉뚱하다. 논리적으로만 어느 정도 맞으면 재밌겠다 하고 찍었다. 처음에는 이 장면에 대해 반대도 있었다. 느닷없이 다가갈 수 있다고, 빼야 하지 않냐고 하더라. 연출부 막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져서 파르쿠르가 가능한 외국인을 찾았고, 촬영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극장에서 관객 분들이 박수까지 쳐주셔서 우리 영화가 재밌나 하는 기대감이 컸다.(웃음)
-‘죽여주는 여자’에 출연했던 트랜스젠더 배우 안아주, 타투이스트 안리나, 드랙 아티스트 그룹 네온밀크 멤버 나나 영롱킴 등 배우가 아닌 실제 이 직업을 가진 이들을 섭외한 이유는.
▶사실 프리 프로덕션 단계가 길지 않았어서 배우가 이 역할로 흡수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문신 분장도 실제로 진짜 같이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리나씨는 미혼모 대사를 드렸는데 실제로 잘 하시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영화에서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그려가는데,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일탈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유리가 그곳에서 발견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은 편견일 수도 있다. 편견과 맞닿아있는 반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감독으로서의 계획은.
▶솔직히 감독보다 배우가 제게는 큰 목표다. 연출을 하게 된 것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청춘일 때 이런 역할을 못하면 언제 해보나 싶어서 제가 저를 찍었다. 누가 저를 기다려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나이 때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감독이 됐다.
-김은영 배우도 래퍼가 연기에 도전하게 됐고, 남연우 감독도 ‘치타 남자친구’라는 수식어가 있다. 편견에 대한 영화를 연출하며 스스로도 어떤 수식어가 주는 편견에 대해 더 생각해 본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내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배우의 길을 가는 사람이니까 더 그랬다. 지금 와서는 이런 게 중요하지 않구나 생각이 들더라. 누구의 남자친구고 누구의 동생이고 누구의 아들로 비쳐지더라도 실력이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미스터트롯’도 보면 톱7의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다양하지 않았나. 하지만 실력이 좋으면 빛을 보는 것 같다. 배우로서 훈련을 묵묵히 해내고 잘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럽지’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화제성을 실감하는지.
▶주변 반응이 뭔지 모르게 닮았다고 하더라.(웃음) 지인들도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한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더 알리고 싶어 출연했다고 했는데.
▶너무 고마웠다. 그런 말을 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마음이 전달되니까 감사히 받아들여졌고, 치타라는 아티스트가 굳이 공개 연애를 하면서 본인의 인지도를 높일 필요는 없는데 너무 감동이다. 치타가 배우로도 더 많이 활동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리면 어떨까 그런 마음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