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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사커] 골 세리머니에 담긴 공감의 메시지

입력 | 2020-06-08 05:30:00

전북 현대 이동국(왼쪽)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으로 한쪽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전북 현대)의 한쪽 무릎꿇기 세리머니가 화제다. 6일 FC서울과 K리그1 5라운드 원정경기 후반 9분 팀의 3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는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를 담고 있다. 지난달 K리그 개막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왼손 바닥 위로 오른손 엄지를 올려놓는 ‘덕분에 챌린지’로 주목 받은 이동국이 또 한번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오산고 차두리 감독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그라운드 센터서클에 모여 단체로 세리머니를 펼치며 “피부색, 태생, 환경 그 무엇도 차별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럽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느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미래 세상에는 그런 일이 없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뛴 차 감독은 ‘마늘 냄새’ 때문에 차별 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유럽 무대에서 아시아 출신에 대한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쪽 무릎꿇기는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처음 선보였다. 2016년 8월 NFL 경기를 앞두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시 미국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자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고 저항했다. 이후 무릎꿇기는 차별 반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퍼포먼스가 지구촌 그라운드를 뒤덮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의 언더셔츠 글귀,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YD)’가 신호탄이었다. 이후 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분데스리가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과 첼시, 뉴캐슬 선수단도 한쪽 무릎 꿇기로 항의했다. 선수 개인을 넘어 팀 전체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며 메시지의 무게를 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호응했다. FIFA는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이나 정치적 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두는 분위기다. FIFA는 산초의 행위에 대해 독일축구협회가 징계를 가하지 못하도록 “축구 규칙을 상식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축구 규칙에는 ‘경기 중 선수가 신체나 물품을 이용해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담은 구호나 의사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FIFA는 이번 경우엔 유연하게 대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처벌이 아니라 박수를 보내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축구장의 인종차별은 고질이다. 그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선수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세리머니다. 흥 겨운 뒤풀이가 세리머니의 전부가 될 순 없다. 그 속엔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 한쪽 무릎꿇기 같은 저항의식도 그 중 하나다. 세리머니가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보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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