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유행 콘텐츠로 MZ세대 잡기
G마켓 글로벌샵의 ‘인싸오빠’ 유튜브.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빙그레의 인스타그램용 캐릭터 ‘빙그레우스’(위 사진부터). 자료: 각 사
유튜브 채널 ‘인싸오빠(INSSAOPPA G)’에 4월 12일 올라온 ‘패션으로 1970∼2010년대 타임머신을 타보자’ 영상.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신 배우 윤용빈(25)이 출연해 연도별 유행 패션을 재현한 이 영상의 조회수는 7일 오후 기준 493만 회가 넘었다.
‘인싸오빠’는 G마켓 글로벌샵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K팝, K패션, K뷰티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언뜻 보면 G마켓이 운영하는 채널인지 모를 만큼 홍보색이 옅다. 15분 21초짜리 이 영상에는 G마켓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떠오르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해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한 소통에 나선 곳이 많다. SNS와 유튜브는 MZ세대에게 익숙한 채널이자 글로벌 툴이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이들 채널을 단순히 제품 광고를 노출할 의도로 활용했지만 이런 방식은 소비자들로부터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기업 채널에 홍보색을 지우고 ‘B급 감성 캐릭터’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 등 MZ세대의 취향과 유행을 반영한 콘텐츠를 선보여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곳들이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채널도 전통적인 광고성 콘텐츠보다 재미, 유행 등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채널에 게시된 영상은 9개밖에 되지 않지만 누적 조회수는 2800만 회가 넘는다. 립스틱, 아이섀도 등 자사 화장품을 부수고 뭉개는 장면을 생생한 소리와 함께 보여주는 ‘힐링타임즈’ 콘텐츠가 특히 인기다. 화장품을 부수고 뭉개기만 했을 뿐인데도 7일 오후 기준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39만2000여 명, 영상 한 편당 댓글은 7000여 개에 이른다. 해외 구독자의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로 창립 53주년을 맞은 식품업체 빙그레는 기업 이미지를 좀 더 젊게 바꾸기 위해 올 2월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나라 왕인 아버지로부터 왕명을 받고 빙그레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된 왕위 계승자로 설정됐다. 이 캐릭터는 ‘바나나맛우유’ 왕관과 ‘비비빅’ 벨트, ‘꽃게랑’ 장식의 ‘메로나’ 봉 등 빙그레의 주요 제품으로 치장돼 있다.
빙그레우스의 코믹한 설정이 MZ세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 수는 4개월 만에 4만 명 늘었다. 전체 팔로어 수는 약 13만6000명으로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젊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