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의사를 거듭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에 투입됐던 주방위군 철수 명령을 내렸다. 최근 며칠간 평화 시위가 이어진데다 군 투입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규탄 집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에 투입됐던 주방위군에 철수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방금 내렸다. 모든 것이 완벽한 통제 하에 놓였다. 지난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수의 시위대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주방위군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필요하면 곧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 사망 이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성난 시위대가 백악관 코앞까지 근접하자 약 52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들은 워싱턴 주방위군 1200명과 미 14개주에서 온 주방위군 4000명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때 백악관 지하 벙커에 1시간가량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후 연방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시위대 강경진압 의사를 고수했다. 그는 연방군 투입 시사 후 “시위대의 분노만 더 키운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야당 민주당 소속의 흑인 여성 시장 뮤리얼 바우저(48)는 5일 백악관 코앞의 16번가 도로 이름을 시위대의 인종차별 반대 구호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바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우저 시장은 6일 시위에 직접 참여해 “워싱턴 소속이 아닌 주방위군은 모두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가 찍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거리의 사진을 올린 후 “이 글씨가 우주에서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