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엄마 집 비운새 추락사… 백인 여주인 방조에 분노의 시위
브라질의 5세 흑인 소년 미겔 다시우바의 죽음으로 인종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브라질에서 유색인종 저소득층이 집중 피해를 입은 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거듭된 인종차별 발언들이 흑인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북동부 항구도시 헤시피에 사는 다시우바는 2일 백인 여성 사리 코르치 헤알의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헤알의 고급 아파트로 갔다. 엄마가 주인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가자 그는 울면서 엄마를 쫓아가려 했다. 다시우바는 5층인 헤알의 집에서 엘리베이터에 홀로 탑승했는데, 헤알이 다시우바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9층 버튼을 눌러 주는 장면이 보안카메라에 잡혔다.
홀로 엘리베이터를 탄 다시우바는 발코니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추락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집주인은 다음 날 과실치사로 기소됐으나 보석금 2만 헤알(약 472만 원)을 내고 풀려났다. 시위대는 “어린 소년을 혼자 엘리베이터에 태워 죽음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격분했다. 거리로 나선 이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쳤다. 브라질 인구 2억1000만 명 중 백인은 47.7%, 혼혈은 43.1%, 흑인은 7.6%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