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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주독미군과 달라” “방위비 협상 교착땐 감축 우려”

입력 | 2020-06-08 03:00:00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지시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현재 3만4500명에서 9월까지 9500명 감축하도록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 그 불똥이 주한미군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규합을 노리고 방위비를 앞세운 ‘동맹 압박’을 노골화하면서 독일에 이어 한국이 다음 타깃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군사 거점인 독일에서 미군을 일부 빼내는 것은 유럽 내 미군의 준비 태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전후 외교정책으로부터 급격한 이탈”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일각에선 주독미군과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주둔 미군은 북한 핵·미사일 등 급박한 위협에 대처하는 주한미군의 임무보다 전략적 시급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한국은 미국이 NATO 국가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에 쓰고 있다. 독일은 미국의 압박에 국내총생산(GDP)의 2019년 현재 1.36%인 국방비를 2031년까지 나토가 제시한 목표인 2%로 높이겠다고 지난해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공평한 분담’을 거부할 경우 주독미군이든, 주한미군이든 감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의 상당한 방위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만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통한 대한(對韓) 방위비 압박도 두 달 반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앞세워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방위비 증액의 주된 명분으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보완전력 비용을 콕 찍어 거론해 왔다”면서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용 핵심 전력이란 점에서 감축이나 철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한미군 순환배치 축소를 가장 유력한 감축 카드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1년 계약·13억 달러·약 1조5717억 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병력(5000명 안팎)과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무기 장비의 한반도 순환배치(9개월 주기) 규모를 연차적으로 20∼30%씩 줄여 나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미 내부적으로 2, 3개의 순환배치 규모 조정을 통한 감축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보다 더 줄이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익 부합 등 예외적 경우를 이유로 밀어붙일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NYT도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군대를 빼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타운젠드 전 국방부 관리는 WSJ에 “이 같은 움직임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약화시킨다”며 “다른 동맹국들이 ‘다음은 나일까’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 파리=김윤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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