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갇혔다가 숨진 9세 소년을 추모하는 아이들.
한성희 사회부 기자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경찰관 A 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불문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A 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이같이 밝혔다. 불문경고는 정식 징계는 아니지만 인사기록에 1년간 남고, 정부포상 추천 제한 등 불이익이 있다.
A 씨는 사건 관계인에 대한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불문경고를 받았다. 2018년 11월 24일 새벽.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이던 A 씨는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과 관련해 지구대로 연행돼 온 B 씨(29)에 대한 응급구호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았다가 불문경고를 받자 소송을 냈다. A 씨는 지구대 내에서 112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었다.
재판부는 “적법하게 체포돼 연행된 피의자라도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A 씨에 대한 징계는 다른 징계에 비하면 상당히 가벼운 처분이라고 했다. 신고 사건을 책임지는 A 씨가 B 씨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붓어머니의 체벌로 7시간 동안이나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세 초등학생 C 군이 치료를 받던 충남 천안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3일 오후 끝내 숨졌다. 이 사건에도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치가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달 7일 경찰은 한 병원 측으로부터 C 군에 대한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기만 했을 뿐 C 군 가정을 직접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한 달 전쯤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 C 군에 대한 학대 여부를 확인했더라면 이 아이가 7시간 동안이나 가방에 갇히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현장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은 해당 경찰 개인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성희 사회부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