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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노력을 기울여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06-08 03:00:00


왼쪽부터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자선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사진 출처 CNBC·조지타운대·TED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유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점령하고, ‘만약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I doubted us.”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자사의 재활용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인이라도 인간인 이상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죠. “나는 우리를(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이를 약간 변형시킨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을 자주 쓰는데요. 상대방이 단정적으로 말할 때 그것이 틀렸다고 완곡하게 고쳐주고 싶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인종차별 시위가 불붙은 와중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가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는 페이스북 직원 2만5000명과의 내부 화상대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논란만 더 키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 개 호루라기는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지지자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발언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Why we swing for the fences.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대유행을 수년 전 예측했다고 해서 화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넘길 수 있게 스윙을 크게 해야 합니다. ‘큰 걸 노리다’는 의미죠. 재단은 이런저런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해 왔다는 겁니다. 자선에서도 사업가적 기질이 보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