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별을 본다는 것
로버트 라우셴버그 ‘하얀 그림’ 1951년.
‘본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도 에스키모인의 하얗다에 버금가게 많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見, 視, 看, 觀, 察, 覽, 監, 睹, 적, 窺, 仰 등이 있다. 게다가 이 글자들의 뜻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지면 관계상 그 뜻을 대략 구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見(견)은 어떤 것이 시야에 들어와 감각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강조한 ‘보다.’ 視(시)와 看(간)은 동작의 의미가 강조된 ‘보다.’ 覽(감)과 監(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다.’ 睹(도)는 시선을 모아서 ‘보다.’ 적(적)은 사람끼리 예를 갖추어 만나 ‘보다.’ 窺(규)는 몰래 혹은 작은 구멍을 통해 ‘보다.’ 仰(앙)은 우러러 ‘보다.’ 觀(관)은 거리를 두면서 자세히 관찰하거나 감상할 때 쓰이는 ‘보다.’ 察(찰)은 ‘관’보다 더 자세히 살펴 ‘보다.’ 실로 중국 송대의 사상가 주희(朱熹)는 ‘그의 동기, 방법, 귀착지를 살펴보라(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는 논어 구절을 해석하면서 “觀은 視보다 자세히 보는 것이고, 察은 그보다 더 자세히 보는 것이다(觀, 比視爲詳, 察, 則又加詳矣)”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 첨성대 사진.
첨성대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뭔가 시사하는 바는 없을까. ‘첨, 성, 대’라는 세 글자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글자는 ‘본다’는 뜻의 ‘첨(瞻)’이다. ‘본다’라는 뜻을 가진 다른 한자들과 달리 이 ‘첨’은 위에 있거나 앞에 있는 대상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본다는 뜻이다. 즉, ‘본다’는 번역보다는 ‘바라본다’는 번역이 더 적절하다. ‘논어’에서 안연(顔淵)은 스승인 공자를 찬탄하며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깊이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고, 바라보면(瞻) 앞에 계시다가 홀연히 뒤에 계신다!”(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고 말한다. 즉, ‘첨(瞻)’은 앞이나 위에 있는 경외할 만한 대상을 바라볼 때 사용하기 좋은 단어이다. 첨성대라는 표현은 신라 사람들이 별을 경외했다는 점을 나타낸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