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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으로 람보르기니 타고…배우자·자녀 임직원 등록시켜 고액 급여까지

입력 | 2020-06-08 12:00:00


A 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며 법인 명의로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등 6대의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 16억 원 상당의 ‘슈퍼카’는 A 씨의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 2명이 돌아가며 가족 자가용으로 이용했다. 그는 회사 명의로 27억 원 가량의 고급 콘도를 구해 가족 전용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법인카드로 가족들에게 명품을 사주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썼다. 국세청은 A 씨가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짙다며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의 비용과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자산가 24명을 세무조사 한다고 8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들은 1인당 금융자산 52억 원, 부동산 66억 원, 주식 1344억 원 등 평균 1462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인 돈을 마구 사용해 오다 덜미를 잡혔다.

세정 당국은 법인이 비용을 부담해 구입한 슈퍼카를 사주 일가가 자가용처럼 사용한 사례에 집중했다. 조사 대상자 중 9명은 법인 명의로 총 41대의 고가 슈퍼카, 102억 원 상당을 구입해 개인적으로 이용해 오다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이 구입비와 보험비와 유지비를 내고 이를 사주 일가가 사용하는 건 명백한 탈세”라며 “미국과 영국 등은 업무차량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것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배우자와 자녀, 고령의 부모를 임직원에 포함시켜 고액의 급여를 지급해 온 사례도 적발됐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B 씨는 80대 후반의 부모와 가족을 임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5년간 45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다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B 씨는 자녀가 유학 중인 지역에 현지법인을 세운 뒤 자녀를 임원으로 명의만 올려놓고 유학비용과 고급주택 임차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배우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40억 원 상당의 이익을 빼돌린 뒤 주택과 고급 차량, 유학비 등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사주와 가족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들여다 볼 계획”이라며 “코로나19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이 같은 반사회적 탈세 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