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즈니스’로 불리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사업인데요. 준공 목표일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북한의 태양절)이었는데 완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완공 시점을 세 번이나 미룬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원산-금강산을 잇는 관광지대뿐 아니라 원산항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 조성 계획도 세워놓았습니다. “원산을 싱가포르처럼 만들겠다”는 게 김정은 구상인데요. 연간 100만 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제재 완화를 낙관했다. 트럼프가 평양의 예상과 달리 회담을 깨뜨리면서 원산 개발에 ‘올인’하던 김정은의 스텝이 꼬였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북한에 ‘가뭄에 단비’ 노릇을 해왔는데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모두 중단됐다. 대북 제재로 외화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원산에 투입될 인력과 자본을 3월 착공한 평양종합병원 건설로 돌렸다. 원산에 짓는 건물들의 껍데기가 다 올라간 건 오래 전이다. 마무리하지 못하니 김정은의 속이 타들어갈 것이다. 중국이 올해 대규모 관광객을 북한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코로나19 탓에 그것도 다 틀어졌다.”
북한 경제구조에서 김정은의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은 외화입니다. 외화를 확보하면 경제적 생존도 가능하고 성과도 과시할 수 있습니다. 외화 획득은 북한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인데요. 대북 제재로 석탄 수출 등이 막힌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과 유럽, 러시아 관광객이 소비하는 외화가 북한 정권에 중요했는데 그것마저 사라진 겁니다.
2017년 상반기까지의 유엔 제재는 실효가 적었으나 2017년 8월,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같은 해 9월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채택된 제8차, 9차, 10차 제재 결의부터 북한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광산물, 섬유제품,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으며 북한 노동자의 고용도 막았습니다. 연간 유류 공급량도 제한했고요. 그 결과 북한의 대외 수출은 90% 넘게 감소했으며 무역외 외화 수입도 급감했습니다.
“왜 핵을 개발해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놔두면 잘살 텐데….”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의 분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은 그간 국가 예산을 자원 수출을 통해 마련했다. 민수 경제가 개선된 것은 시장에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로 국가 부문이 무너지고 있다. 국가가 쓸 돈을 민수에서 충당할 것이다. 그러면 민수 경제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거다.”
이렇듯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유엔 제재로 지하자원 수출이 막혀 있으며 인적자원 수출도 과거 같지 않습니다. 중국이 안보리가 정한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지난해 12월 22일) 이후에도 취업이 아닌 연수 혹은 관광 비자를 내주는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게 그나마 북한 정권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