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대남 현안 언급 無 김여정 지시 北 대대적 선전전 후 연락사무소 차단 "김정은 정상간 신뢰, 김여정은 대남 비난 역할 분담" 오늘 남북 연락사무소 불통…단계적 수위 높일 듯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역할을 ‘대남 사업 총괄’이라고 확인한 데 이어 김여정 주도의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역할 분담을 통해 2인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대남 사업 전면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자립경제 발전 및 인민생활 향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육성, 평양 시민의 생활 보장 등에 대한 지시를 내렸지만 최근 남북간 최대 현안인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 문제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김 제1부부장이 노골적으로 대남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앞서 김제1부부장은 지난 4일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이어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예고하며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고 규정했다.
김여정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3자 회동 등 주요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특사 역할을 하거나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김정은 특사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과 남북 문제를 논의하며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여정은 지난해 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당 제1부부장으로, 올해 4월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올해 5월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가디언은 김여정에 대해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김 위원장의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의 높아진 존재감은 대남 비방 전선은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은 북미, 남북 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관계를 총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6일, 7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에 접한 각계의 반향’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고위 간부와 주민들의 비난 기고문을 잇따라 실었다. 그간 내부 결속을 위해 김 위원장의 발언이나 국정 기조를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띄우곤 했지만 고위 간부의 담화를 내세워 선전전에 나선 것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김여정은 대남 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 지도부, 선전선동부, 대미 관계 등 김 위원장의 역할을 대행하며 국정 전반에서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외화 발행, 군사 문제 등에도 관여하는 등 김 위원장의 믿을 만한 파트너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이날 오전 남북연락사무소 직통 전화에 응하지 않으며 김 제1부부장의 담화와 지시의 파장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성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 9개월 만으로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교수는 “북한이 공언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차원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이 말한 대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개성공단 전면 철거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통일전선부는 남한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로 시한을 못박은 만큼 당분간 남북 관계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남북 관계의 파국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지만 북한 자체가 시한을 두고 이야기했으므로 언제라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