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선행기술개발팀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차량 내부 위생에 대해서도 눈높이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 차량 내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을 제거해주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자외선(UV) 램프를 활용한 살균 장치 개발이다. 자외선에 살균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자외선 램프 기술은 이미 국내외 병원 내 승강기나,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등에 시범적용 되고 있다. 다만, 자외선은 장시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자외선이 골고루 닿지 않으면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현대차는 차량 천장에 달린 실내등과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각종 램프에 자외선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광촉매 원리를 이용해 공기 내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광촉매는 빛을 쪼이면 활성화되는 물질이다. 촉매가 활성화 되면 각종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이 생성돼 바이러스를 빠르게 퇴치하는 원리다.

수입차 업체들도 살균 기능과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신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S와 모델X에 ‘헤파필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헤파필터는 항공기에도 적용하고 있는 공기 필터인데, 미세먼지와 꽃가루, 박테리아 등 오염물질을 99.9%까지 걸러낼 수 있는 고성능 필터다. 또한 테슬라는 차량 내부 기압을 외부 기압 보다 높게 해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원리까지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포드는 경찰차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차안 온도를 올려 살균을 하는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량의 환기 시스템을 개조해 차에 사람이 없을 때 스위치를 켜면 자체 온도를 50도 이상으로 올려 살균을 하는 것이다. 살균이 끝나면 내부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생 관리 뿐 아니라 건강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차량 내에서 혈압과 심전도 데이터, 혈당 등을 측정하거나, 카메라와 음성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원격 의료 서비스를 받는 기술도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기술을 실제로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와 비용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