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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33일 만에 무응답하더니 8시간 만에 응답…교묘해진 ‘대남 흔들기’

입력 | 2020-06-08 21:25:00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 나흘 만인 8일 오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응하지 않다가 오후엔 통화에 나섰다. 김여정의 지시를 받은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5일 “갈 데까지 갈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당장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반나절 만에 연락이 재개된 것. 북한의 대남 흔들기가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33일 만에 무응답하더니 8시간 만에 응답한 北

남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해소될 때까지 개성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서 개성 인력사무소에 체류하던 남측 인력들을 태운 차량이 빠져나오고 있다. 2020.1.30/뉴스1 © News1



북한은 연락사무소와 관련해 이날 하루종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졌다.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한국 인력이 철수한 이후 남북은 오전 9시, 오후 5시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8층에 위치한 서울사무소가 북한에 전화를 하고, 통화연결음도 정상적으로 들렸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러자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8시간 뒤인 오후 5시 업무 마감 통화에는 응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후 공동 연락사무소 남북연락협의는 평소대로 진행됐다”며 “오전 (불통된) 연락협의에 대해 북한은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오후 통화가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을 북한이 받은 것인지, 북한이 먼저 연락해온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여정이 4일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고, 통일전선부는 5일 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실무집행 검토사업 착수 지시를 내렸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 있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오전 연락사무소 무응답이 알려지자 연락사무소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이날 오전 연락 두절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이후 633일 만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 북한 당국자의 실수보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3월 일방적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북한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사흘 만에 복귀시킨 적이 있다. 이번 연락 두절도 그런 차원의 흔들기 전술로 보인다”고 했다.



●北 ‘대남 압박’ 높일 듯


북한이 이날 연락사무소 통화에 일시적으로 무응답했지만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은 이날 오전 군 통신선을 이용해 평소 확인차 진행되던 통화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또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도 이날 오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반나절 만에 통화에 복귀했지만 연락사무소 철폐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대남 압박 수단을 잘게 쪼개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압박 살라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통일전선부는 ‘첫 순서’로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언급한 뒤 “이미 시사한 여러 조치들도 따라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대남 압박 수단을 매우 세분화하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조치로 넘어갈 경우 군 통신선도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인 만큼 북한의 이런저런 통신 두절 압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