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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반등 코스피… 더 달릴까, 숨 고를까

입력 | 2020-06-09 03:00:00

[커버스토리]코로나 충격 벗어난 주식시장 전망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주가와 환율이 적힌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2포인트(0.11%) 오른 2,184.29로 마감하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 수준에 안착했다. 뉴시스

한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안착했다. 기업 실적 악화로 V자 반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지금으로선 증시가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중의 넘쳐나는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유동성이 밀어 올린 한국 증시
8일 코스피는 2,184.29에 거래를 마쳐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기 직전인 올 2월 21일(2,162.84) 이상으로 회복했다. 장중 한때 1% 이상 오르며 2,200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종가 기준 1,450대까지 떨어진 3월 19일 연중 저점에 비해서도 약 49% 올라 1월 22일의 연중 고점(2,267.25)에 거의 다가선 상태다. 이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도 빠른 회복세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호재가 주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 주말 발표한 미국 5월 실업률이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연장 등으로 국제유가와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0.5%)가 역대 최저로 낮아지면서 저금리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개인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 오기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국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를 지탱하고, 기업 실적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가능성 때문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개인 자금이 증시에 역사적 수준으로 몰렸고, 기업 실적도 분명 올해보단 내년이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감염병 재확산 등 변수가 없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 독일 등의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만큼 상승 흐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18년 만의 최대 고평가, 기업 실적과 괴리 부담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증시 회복세가 실제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우려와 함께 이미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오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현재 코스피의 최근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로 2002년 7월 18일(25.31배) 이후 17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ER는 주식 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고 본다. 코스피의 PER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3월에 약 12배까지 떨어졌다가 증시 반등과 맞물려 최근 급등했다.

물론 주가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에 PER가 높더라도 기업 실적 전망이 좋다면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3.0%로 제시하고, 최근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5%로 내리면서 22년 만에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 부진의 실체를 꼼꼼하게 살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기대감에 의존한 상승세는 위기 상황에서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나 심리지표 개선 흐름 등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더 부정적일 수 있고, 미중 갈등이나 미국 대선 등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다”며 “펀더멘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