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만에 세번째 심사… 1차땐 4시간, 2차땐 7시간반 檢 “경영권 승계 과정 불법행위” 옛 미래전략실 문서 근거로 내놔 이재용 측 “검찰 주장은 상식 밖” ‘합병 적법’ 민사판결문 제시 이재용 “불법 지시 안했다” 최후진술
삼성에 쏠린 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변호인단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 7분까지 1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과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두 차례 같은 건물 서관의 319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영장은 기각됐지만 두 번째 심사 뒤엔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에 두 곳뿐인 영장전담 법정 321호와 319호는 320호 법정을 사이에 두고 같은 복도에 있다.
○ 8시간 37분간의 ‘마라톤 영장심사’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시작돼 오후 9시 7분경까지 10시간 37분 만에 끝났다. 앞서 두 번의 영장심사는 각각 4시간, 7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날 영장심사는 점심식사와 두 차례 휴정 등 휴식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8시간 37분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인근 음식점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과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 외에도 400권, 총 20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트럭에 실어 법원에 접수시킬 정도로 쟁점이 많았다.
○ “불법 합병” 검찰에 “적법 판결 있다” 반박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2시간씩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법정에 띄워놓고 원 부장판사에게 각각의 입장을 설명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병 결의 이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두 회사 주가를 올렸고, 일련의 과정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정황이 담긴 옛 미래전략실 문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 이 부회장 “불법 관여 안 해” 최후 진술
검찰 측은 “이 부회장이 대기업 총수라는 지위를 이용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19개월간의 검찰 수사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며,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 분식회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직접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영장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원 부장판사의 판단을 밤늦게까지 기다렸다. 대법원 예규상 원 부장판사는 구속 여부를 이 부회장의 법정 도착 시간(8일 오전 10시 5분)으로부터 24시간 이내인 9일 오전 10시 5분 이전에 결정해야 한다.
황성호 hsh0330@donga.com·박상준·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