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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8시간 37분 영장심사… “불법 합병” “적법 판결” 공방

입력 | 2020-06-09 03:00:00

3년 4개월만에 세번째 심사… 1차땐 4시간, 2차땐 7시간반
檢 “경영권 승계 과정 불법행위” 옛 미래전략실 문서 근거로 내놔
이재용 측 “검찰 주장은 상식 밖” ‘합병 적법’ 민사판결문 제시
이재용 “불법 지시 안했다” 최후진술




삼성에 쏠린 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변호인단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 7분까지 1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은 8일 오전 10시 2분경 차에서 내린 뒤 마스크를 낀 채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의 서관 321호로 향했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세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변호인단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과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두 차례 같은 건물 서관의 319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영장은 기각됐지만 두 번째 심사 뒤엔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에 두 곳뿐인 영장전담 법정 321호와 319호는 320호 법정을 사이에 두고 같은 복도에 있다.
○ 8시간 37분간의 ‘마라톤 영장심사’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시작돼 오후 9시 7분경까지 10시간 37분 만에 끝났다. 앞서 두 번의 영장심사는 각각 4시간, 7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날 영장심사는 점심식사와 두 차례 휴정 등 휴식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8시간 37분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인근 음식점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과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 외에도 400권, 총 20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트럭에 실어 법원에 접수시킬 정도로 쟁점이 많았다.
○ “불법 합병” 검찰에 “적법 판결 있다” 반박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2시간씩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법정에 띄워놓고 원 부장판사에게 각각의 입장을 설명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병 결의 이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두 회사 주가를 올렸고, 일련의 과정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정황이 담긴 옛 미래전략실 문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적법하다는 민사판결문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검찰 주장이 상식 밖이라고 반박했다. 또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관여하거나 지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은 법을 지켜서 한 것이고, 주식매수 청구 기간에 이뤄진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하는 것으로 불법적 시도는 없었다는 반박 논리를 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등은 지난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두 차례 기각된 점을 변호인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 부회장 “불법 관여 안 해” 최후 진술
검찰 측은 “이 부회장이 대기업 총수라는 지위를 이용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19개월간의 검찰 수사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며,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 분식회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직접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영장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원 부장판사의 판단을 밤늦게까지 기다렸다. 대법원 예규상 원 부장판사는 구속 여부를 이 부회장의 법정 도착 시간(8일 오전 10시 5분)으로부터 24시간 이내인 9일 오전 10시 5분 이전에 결정해야 한다.

황성호 hsh0330@donga.com·박상준·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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