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곧바로 정상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비공개 소환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미뤄졌던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자본시장법(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위반 등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절박감 속에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있게 돼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삼성 측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상황은 아니라 일단은 안심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오전 2시42분께 서울구치소에서 나왔고,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차량을 타고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중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월 박영수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시에도 오전 6시가 넘도록 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통보를 받자 서초구 삼성 사옥으로 곧장 출근한 바 있다.
삼성은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인해 이미 정상적 경영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한일 관계 악화 조짐에 한층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관련 산업을 강타했던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다시 심화하면, 최근 삼성의 투자 행보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재판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삼성 내부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 및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의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재계 등에서는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힘에 따라 삼성 측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