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표 없이 KTX 열차에 탔다가 승무원이 검표를 요구하자 “나는 기장이다”라며 난동을 부린 현직 KTX 기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50)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6일 오후 9시55분경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KTX 열차에 아내 및 지인들과 함께 승차권을 소지하지 않고 탑승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실제 KTX 기장이었다.
A 씨는 지인들이 검표를 당하고 부가운임을 지불하게 되는 것에 화가 나 “나는 기장이고 출퇴근 중이다. 두고 보자”라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승무원이 A 씨를 인근 정차역에 인계하기 위해 통화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협박 행위를 하지 않았고, 부가 운임 부임에 대한 단순 항의 또는 악담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승무원이 휴대전화로 녹음한 내용에 A 씨가 “두고 볼게요”라고 말하는 부분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경험칙상 A 씨가 그같이 협박하지 않았다면 피해 승무원이 굳이 녹음까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장인 A 씨는 피해 승무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피해 승무원 역시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을 가하거나 해코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지위를 이용해 피해 승무원을 협박하고 직무 집행을 방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