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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초라해진 ‘슈퍼매치 동반자’ 서울과 수원

입력 | 2020-06-09 11:14:00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대표 명가였던 FC서울과 수원삼성. 두 팀은 화려했던 과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2승3패 5골 9실점 7위’ ‘1승1무3패 3골 5실점 9위’

2020시즌 개막 후 5라운드까지 소화한 상황에서의 특정팀들의 전적이다. 앞선 성적표는 FC서울의 것이고 보다 나쁜 쪽은 수원삼성의 기록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었고 여전히 두 팀의 만남에는 ‘슈퍼매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떠올린다면 초라한 현실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벌써부터 ‘실패’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호들갑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모양새가 2020시즌만의 특별한 상황도 아니다. 경기 내용이면 내용, 결과면 결과, 인기면 인기 모두 빠지지 않던 두 구단이 지금은 매 경기 치르는 것도 버거워졌다.

FC서울이 바람 잘 날 없는 2020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홍이 끊이질 않는다. 시즌 전 ‘쌍용’이라 불리던 기성용-이청용 영입 불발 과정에서 크게 흔들렸던 서울은 어렵사리 개막한 이후 첫 홈경기에서 난데없는 ‘리얼돌 사태’에 또 홍역을 치렀다. 2018년 11위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3위로 급반등, 올해 ‘서울다움’을 되찾으려 했던 선수단도 맥이 빠진 모양새다.

개막전 패배 후 2연승을 달렸던 서울은 4~5라운드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달 31일 새내기 지도자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에게 0-1로 패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서울은 6월의 첫 경기였던 6일 전북현대와의 경기에서는 1-4 참패를 당했다. 두 경기 모두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팬들은 없었으나 이런 망신이 없었다.

성남전은 꽤 좋은 찬스가 여럿 있었으나 마침표를 찍지 못해 고배를 마셨고 전북과의 경기는 전반전 나름 대등하게 마쳤으나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후방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선수도, 경기가 엉킬 때 풀어줄 선수도, 어렵사리 만든 기회를 마무리 지을 선수도 없었다.

수원삼성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더 심각하다. 올 시즌 수원이 승리한 경기는 지난달 23일 인천유나이티드전이 유일하다. 리그 최하위인 인천을 상대로도 답답한 경기를 했는데, 다행히 염기훈의 페널티킥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 경기를 비롯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수원팬들은 물 없이 고구마 먹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5경기에서 단 3골을 넣었을 뿐이다. 5경기 중 3경기가 무득점인데, 그중 2경기는 승격팀 부산아이파크, 광주FC전이었다. 수원은 부산과의 4라운드서 0-0으로 비겼고, 지난 7일 광주전에서는 0-1로 패해 광주의 첫승 제물이 됐다. 유일하게 멀티골을 터뜨렸던 2라운드 울산전에서는 2골을 먼저 넣고도 3골을 허용해 역전패 당했으니 또 갑갑했다.

지난해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진 아픔을 만회하겠다며 겨우내 절치부심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모양새다. 2020년에도 수원삼성의 핵심은 37세 염기훈이다. 이미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나이가 된 염기훈이지만 가장 많이 뛰고 가장 잘 뛴다. 수원보다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은 승격팀 광주와 부산 그리고 ‘생존왕’ 인천뿐이다.

프로야구 LG트윈스의 류중일 감독은 최근 “내가 LG에 있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늘 LG·롯데·KIA가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왔다. 언급한 팀들이 야구를 잘 해야 팬들이 모이기 때문”이라며 판 전체의 부흥을 위해 소위 ‘엘롯기’가 신바람을 일으켜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프로축구계도 마찬가지다.

한 팀은 대한민국 수도를 홈으로 사용하고 또 다른 팀은 축구수도를 자처하는 연고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큰 시장에 언젠가부터 ‘흥’이 사라졌다.

한 축구인은 “지금 슈퍼매치 라인업을 보면 과연 이것이 서울과 수원의 경기인지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게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수원과 서울의 부진은 단순히 두 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를 선도해야하는 구단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판 전체에도 좋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