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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2018년 ‘평화의 봄’ 이전 남북관계 회기 수순 밟는 北…의도는?

입력 | 2020-06-09 11:27:00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물하고 있다.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이 9일 정오부터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해 남북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통보하면서, 2018년 ‘평화의 봄’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판문점 선언까지 급속도로 평화의 봄을 맞았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결렬의 영향으로 남북관계도 교착 국면에 빠졌다.

정부는 냉각된 관계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대화 시그널을 북측에 발신했으나,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얼어붙은 관계는 좀처럼 해빙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답보 상태 속에서도 남북 정상간 신뢰는 지속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필 조의문을 보내왔고, 올해에도 지난 3월 친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위로의 뜻을 전해왔다.

이 때문에 냉각 국면 속에서도 남북 정상이 서로 친서를 주고 받으며 정상간 유대를 강조하고, 양측간 협력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북한은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정상간 핫라인을 비롯해 모든 소통 창구를 끊겠다고 경고했고, 이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함정간 핫라인 오전 개시 통화에도 응답하지 않으면서 초강경 대남 모드로 ‘돌연’ 회귀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탈북민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문제삼고 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의 담화까지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 남측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남북관계 단절을 경고했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를 볼 때, 일각에선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요구와 같은 일종의 ‘대남 테스트’일 가능성을 언급한다. 북한을 향한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됐는데 북측이 최근들어 유독 이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 단절 조치로 언급한 Δ남북연락사무소 폐쇄 Δ금강산 관광 폐지 Δ개성공단 철거 Δ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볼모 삼아 북한이 대남 압박 공세를 점차 높여가겠단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대남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이 제시한 남북관계 단절 조치 중 ‘연락사무소 폐기+α’ 안은 역설적으로 가장 복구가 쉬운 정치적 결정 영역이라는 점에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의 조치를 단행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단절인데 비해 ‘연락사무소 폐기+α’안의 경우는 북측이 독자적으로 복귀를 결정할 수 있는만큼 가장 복구가 쉽기도 하다.

이날 정오에 남북을 잇는 모든 통신선을 끊겠다고 예고한 북한은 당분간 우리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며 대남 행보의 톤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 되지 못했고, 일정 상 10월 결산을 목표로 자력갱생 기조의 정면 돌파전을 위한 결속 차원도 있어 올해 연말까지 냉각 국면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통신선 차단 통보에 대해 “남북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