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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형량은?…비슷한 사례 보니

입력 | 2020-06-09 13:27:00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뉴스1 © News1


9세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가운데 계모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A씨(43)는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충남 천안시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 B군(9)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 두 개에 7시간 동안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는다.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계모 A씨(43)는 B군을 처음에 가로50㎝, 세로 70㎝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가 다시 가로 44㎝, 세로 60㎝ 크기의 가방에 가뒀다.

엘리베이터 CCTV 분석에서 A씨는 B군을 가방에 가둔 채 3시간가량 외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 B군은 머리가 찢어져 인근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의료진은 A군 팔목 등에 있는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통보했고, 기관 측은 13일께 A군의 집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당시 “작년 10월 아들이 말썽 피운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나서 때린 적이 있다”며 “훈육 차원에서 체벌한 것인데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다. 반성하고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군이 사망하면서 A씨의 혐의를 아동학대 치사로 바꿨다. A씨는 또 의붓아들은 무자비하게 학대한 것과 달리 SNS에 친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과 사진들을 게시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A씨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형량은 어느 정도 나올까. 최근 비슷한 사건의 1심 선고가 있었다.

지난 5월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42)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소재 자택에서 5살배기 딸이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딸을 3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자녀들이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효자손으로 엉덩이를 여러 차례 때린 혐의도 있었다.

아동학대치사의 기본 양형기준은 4~7년이다. 이씨는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가 적용돼 6년~10년이 적용됐다. 이밖에도 아동학대 혐의 2개가 더 적용돼 권고형의 범위가 징역 6년~11년 8개월으로 정해졌다.

1심 재판부는 이 권고형 범위 중 가장 최저형인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잘못된 훈육 방법으로 딸이 목숨을 잃게 돼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어릴 때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생활하다 결혼 후에도 시댁·남편과의 갈등 등으로 우울증을 겪은 후 자신과 다르게 자라야 한다는 강박에 훈육에 집착하게 된 점, 자녀들이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점, 자녀들이 이씨를 평소에 잘 따랐던 점을 고려해 권고형의 최저형을 선고했다.

A씨가 이씨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적용된다면 이씨보다 훨씬 높은 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을 놓고 살펴보면 A씨에게는 ‘학대 정도가 중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 등 적용할 가중요소는 있는 반면, ‘미필적 고의’ ‘참작할 만한 범행동기’ 등 감경요소가 적용될 여지는 극히 적다.

A씨가 친자녀들에게는 애정을 쏟고 의붓아들인 B군만 학대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씨의 주요 양형 참작사유로 거론된 ‘매우 잘못된 훈육방법이지만 자녀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점’ 등이 A씨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씨의 경우 특별한 양형 참작사유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치사 가중 권고형의 최저형인 징역 6년보다 높은 형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A씨가 B군을 가방에 가두면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방에 가뒀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입증한다면 아동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살인죄의 경우 ‘보통 동기살인’의 경우라도 기본 양형기준이 10년~16년, 가중요소가 적용되면 15년 이상, 무기징역이다. 감경요소가 적용되더라도 아동치사의 가중요소가 적용된 양형기준인 징역 6년보다 높은 징역 7년~12년이 권고형의 범위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