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국제터미널 내 한 서점에 비치된 혐한 서적들.(독자 제공) /뉴스1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후 최악의 지지율을 이어가며 정권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인 미숙한 행정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기 마작’ 낙마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베 정권이 막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미미한 야당의 존재감과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작용 중이고 아베 역시 혐한과 북한이라는 카드로 반전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 5~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8%로 전월 조사 대비 11%포인트(p)나 하락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월대비 9%p 증가한 51%로 집계됐다. 닛케이 조사 기준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이 38%까지 떨어진 건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재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닛케이 조사는 그나마 수치가 높은 편이다. 지난 달 말 실시한 마이니치 신문과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각각 27%, 29%를 기록했다. 친아베 매체로 불리는 산케이신문 조사 조차도 36.4%에 불과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지율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2주만에 14%p 이상 떨어졌는데 코로나와 내기 마작을 한 쿠로카와 히로무 전 검사장에 대한 처리 미흡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 내 권력 구도를 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가 될 가능성은 낮다. 자민당 내 이시바파는 고작 1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9일 아사히와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간사장과 전격 회동을 가졌다. 자민당 내 니카이파는 대략 47명으로 이번 회동이 합종연횡의 시작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아직은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파가 거대 다수이긴 하지만 판을 흔들고 있다는데서 의미가 있다.
◇아베 정권의 부활 방법은 또다시 혐한 카드?
그러나 정의기억연대 의혹 보도는 핑계일 뿐 광복회가 여야에게 모두 법률 제정을 요청한 독립유공자 폄훼 금지법 등을 반일법이라고 소개하는 등 노골적으로 표현을 곡해하고 있다.
아울러 친일 인사의 현충원 안장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상훈법 개정안은 친일 파묘법이라고 소개하는 등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극우 매체들은 수출 규제에 대한 자신들의 원인 제공은 쏙 빼놓은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한일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의 책임을 우리나라에게 돌리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민당 내 극우 세력에서는 아베 총리의 조기퇴진 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재생상을 차기 총리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인물은 코로나19 정국에서 파칭코점을 유독 타깃으로 삼았던 인물이다.
일본 내 파칭코점은 80% 가까이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칭코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때도 아베 정권이 재일교포를 탄압해 정권 불만의 시설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물론, 이번에도 아베 정권의 혐한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우익 언론의 혐한 보도가 본질을 호도하고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의도하고 있는 시선 돌리기가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 조기퇴진해도 보수 정권?…꿈틀대는 일본 야당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지만 자민당의 지지율은 36%로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고, 제1야당 입헌민주당 9%,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 6%로 보수 정당은 굳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아베가 총리직을 내려놓는다고 보수 정권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차기 총리도 아베 총리가 점찍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정조회장이 될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변수도 있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과의 합당 얘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고 가능성은 낮지만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의 이탈 가능성도 얘기가 나온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우파 일색이던 일본 내 정치 구도에 변수가 생기는 형국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