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관련 정보 미 법무부에 제공했다가 중국에 사과하기도
영국 HSBC은행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놔 홍콩 야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8일(현지시간) 1865년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설립된 이래 150년 가량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던 HSBC가 홍콩 보안법이 홍콩의 자치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홍콩 야권과 서방 세계의 우려에도 이례적으로 중국의 손을 들어준 배경을 두고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최근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SBC가 최근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른바 민감 국가에서 가능한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는 대신 해당국 정부가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인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꺼려온 과거 행동 규범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WSJ는 HSBC가 1993년 본사를 런던으로 옮겼지만 홍콩과 중국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어 중국에 잘 보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HSBC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국 제조업 호조에 힘입어 홍콩 수출입업체에 대한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으로도 큰 수혜를 입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국가채무 위기는 HSBC에게 서방이 중국보다 안전한 사업장이라는 인식을 접게 했다고 WSJ는 전했다. HSBC는 미국에 협력했다가 중국내 사업에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HSBC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게 되는데 필요한 정보를 미 법무부에 제공했다가 친(親)중국 인사와 중국 관영 매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자 영국 주재 중국 대사 등에게 사과한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해 7월 중국내 사업 기회가 가로 막힐 수도 있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HSBC를 등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HSBC에게 친중 기조를 강화해야한다는 압박이 됐다.
HSBC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동안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됐고 HSBC 경영진은 어느 한쪽의 편에 서야만 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유리한 입장을 표명했을 때 직면할 고객과 직원 대상 평판 저하와 향후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을 두고 머리를 싸매야할 처지가 됐다.
마크 터커 HSBC 회장이 지난해 10월 중국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친중 인사들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일례로 친중 성향인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HSBC에 홍콩 보안법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거나 사업 손실을 감내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