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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기각에…檢 “아쉽게 받아들인다” 짤막한 반응

입력 | 2020-06-09 17:52:00


“아쉽게 받아들인다.”

9일 오전 2시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은 검찰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74자(字) 분량의 짤막한 반응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검찰이 그동안 다른 주요 사건에서 피의자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썼던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영장 재청구 검토’ 등의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이같은 반응 수위는 재계 1위 글로벌 기업 삼성을 상대로 한 1년 7개월간의 수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을 수사팀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거라는 의견이 비교적 우세했던 것 같다”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가는 세월이 지나 ‘봐주기 수사’나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 결정을 나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수사팀 기류도 감지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격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