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입맛 취향 저격한 콜라보
“우리가 좋아해야 소비자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죠”. 뚜레쥬르 ‘올 때 메로나’를 개발한 디자이너 전초롱, 상품기획자 정수진, R&D 김정, 마케팅 한다운 씨(왼쪽부터). CJ푸드빌 제공
‘가성비’를 넘어 ‘가잼비’로
“여동생이 혼자 집에 있었는데.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답니다. 택배 곧 도착한다고∼ 그리고 바로 언니한테 전화 왔대요∼ 집에 가는 길이라고∼ 동생이 언니한테 문자를 보낸다는 게∼ 그만 택배 아저씨한테…꾹꾹꾹. ‘올 때, 메로나∼’ 잠시 후 택배 아저씨 띵동∼ 문 열자 보이는 건 한 손엔 택배 또∼한 손엔 메로나∼.”
뚜레쥬르에서 ‘MZ세대 4인방’으로 불리는 베이커리본부의 김정(R&D), 정수진(상품기획), 전초롱(디자인), 한다운(마케팅) 씨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여름을 맞아 생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의 메로나 아이스크림과 뚜레쥬르 빵을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올 때 메로나 빵’ ‘리얼 멜론 인 메로나’ 등이다.
평균 연령 29세인 ‘MZ세대 4인방’은 스스로를 ‘포노 사피엔스’로 규정한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놀이처럼 일하는 신인류라는 의미다. 이들은 두 계절 정도를 앞서 산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 제품을 탄생시킨다. ‘가성비’를 넘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감성을 파악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얼려먹는 메로나 아이스박스’는 직사각형 케이크 박스 옆에 아이스크림 스틱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메로나 아이스크림 모양의 아이스박스가 나오는 슬라이딩 방식의 제품 패키지가 흥미를 자아낸다. CJ푸드빌 제공
‘올 때 메로나’ 네이밍 과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다운 씨는 “제 또래들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국은 내부 투표까지 진행했는데, 다행히 ‘올 때 메로나’가 압도적인 호응을 얻어 제품명과 콘셉트 타이틀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뚜레쥬르의 SNS 통한 히트상품 전략
뚜레쥬르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 개발을 통해 올 상반기에 100만 개 이상 팔리는 히트 제품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SNS에서 잇자국 인증샷을 유행시킨 ‘리얼 브라우니’, ‘겉꿀속치’(겉은 꿀, 속은 치즈라는 의미)라는 별명을 얻은 ‘치즈방앗간’ ‘몽블랑의 정석’ 등 히트 제품들은 업계에 유사 제품 출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 씨는 “우리가 좋아해야 고객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맛은 기본이고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MZ세대의 ‘감성’을 뼛속까지 읽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