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사무실 패러다임의 전환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 내 입주 임직원들이 공용 회의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업무환경 변화로 기존 오프라인 사무실 대신 공유 또는 거점 오피스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 제공
국내 13개 지점을 둔 공유 오피스 운영업체 ‘스파크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입주 문의는 지난해 4분기(10∼12월)의 1.5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하 단기 입주 문의는 전체 문의의 3%에서 6%로 늘었다.
이처럼 여러 기업이 공유 오피스를 찾는 건 자산 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옥을 두면 인테리어 비용부터 임대보증금, 월 임차료와 관리비, 사무집기 구입 및 대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할 경우 월 사용료 외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공유 오피스 지점이 여러 곳이라 직원의 근무 공간을 분산해 사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IT 스타트업은 지난달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도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업체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시점부터 선택적 재택근무를 진행한 곳이다. 이후 약 3개월간 회사 운영에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사무실을 당장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회사로 출근하려면 마치 휴가를 쓸 때처럼 사유를 제출해 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 재택근무를 시행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벤처기업도 있다. 천으로 된 아기띠를 만드는 벤처기업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사무실이 없다. 아기띠로만 지난해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총 1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당시 설립자인 부부 둘뿐이던 직원은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경기 남양주, 이천, 미국, 호주, 일본까지 직원들이 사는 곳이 제각각이지만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며 “아직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경험을 한 만큼 사무실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전 세계 근로자 4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경험과 관련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는 ‘재택근무 후에도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73%는 ‘회사가 장기적 또는 영구적인 유연한 근무 정책을 채택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이창준 상무는 “전통적 사무실 개념은 코로나19 이후 차츰 희미해질 것”이라며 “당장 공실이 빠르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그 속도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