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키움전서 2442일 만에 복귀…1이닝 무실점
2442일 만에 KBO리그 복귀전을 치른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의 초구는 직구였다.
오승환은 “한국에 복귀하면 초구는 무조건 직구를 던지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인터뷰한 적도 있다”며 웃어보였다.
오승환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팀이 3-4로 뒤진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KBO리그 복귀전 첫 상대인 박준태를 상대로 초구 직구를 뿌렸다. 몸쪽 높은 직구였는데, 박준태는 이를 잡아당겨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오승환’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인 바로 ‘돌직구’다. 자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직구를 오승환은 복귀전에서의 초구로 선택했다.
후속타자 김주형에 희생번트를 허용한 오승환은 김규민에 직구를 던져 1루 땅볼을 유도했다.
오승환은 이어 상대한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김하성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하성에게 던진 공은 1개였는데 이것 또한 직구였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의 뒷문을 든든히 책임진 그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전광판에는 예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오승환이 불펜 문을 열고 나오자, 경기장에는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퍼졌다. 오승환이 2013년까지 KBO리그에서 쓰던 등장곡이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등장곡도 오랜만에 들어서 옛 기억이 많이 났다”며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1점차로 끌려가던 상황이었다. 언제든 역전할 수 있었기에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초구부터 2루타를 맞았지만, 운좋게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승환은 “리그에 어린데도 불구하고 실력, 성적이 좋은 타자들이 많다. 이정후, 강백호 같은 선수들과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오승환 선배는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셨고, 대표팀에서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셨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모습이 멋지지 않나. 해외에서도 잘하고 오셔서 멋있었던 존재”라며 “이름을 거론해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신인 때부터 상대 투수의 이름을 보지 않고 타석에 임한다. 상대 투수의 등을 보고 타석에 임하면 이름값 때문에 위축될 수 있다. 영광이지만, 다른 투수를 상대할 때처럼 타석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승환과 이정후의 투타 맞대결은 아쉽게 불발됐다. 이정후는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는데, 오승환이 2사 1, 3루에서 2번 타자 김하성을 잡으면서 이닝이 끝났다. 9회초 이정후가 선두타자로 나섰지만, 오승환이 교체된 후였다.
오승환은 경기 후 “시즌 중 이정후를 언젠가는 상대할 것 같다”며 “경기 전 인터뷰에서 힘 대 힘으로 상대한다고 했지만, 포수 리드에 맞춰 공을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