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이 또다시 잇달아 발생했다. 여행용 가방에 감금돼 심정지 상태가 된 9세 천안 소년이 끝내 숨졌고, 경남 창녕에서는 9세 소녀가 머리가 찢어지고 손에 화상을 입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천안 사건의 경우 충분히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분노를 더한다. 한 달 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병원 측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긴급하지 않은 사건으로 판단해 현장에 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소년의 집을 방문했지만 “상처는 내 실수 때문”이라는 아이 말에 부모와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냈다. 경찰과 담당기관의 안이함 때문에 참혹한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경남 창녕의 9세 소녀도 상습적 학대를 당해 관계기관에 두 차례 신고됐지만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를 보면 2018년까지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4명인데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 학대는 가해자 중 82%가 부모, 발생 장소의 80%가 집이다 보니 바깥에서 인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학대를 당했어도 의지할 곳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가 더 큰 학대의 피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계부의 학대로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5세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살해됐을 때 법원, 경찰,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 한 데 대해 범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반짝 그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