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구속은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때’ 할 수 있고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 법원은 과거 영장 판단 사유에 적시하던 ‘혐의 소명’ 여부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다”고만 밝혔다. 이 부회장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할 만큼 혐의 입증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의 총수로서 도주 우려가 없으며 그간 검찰이 1년 8개월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관계자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증거를 수집한 만큼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고 봤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삼성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사를 요청한 이틀 뒤 전격적으로 이뤄져 불필요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여부 등 수사의 타당성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신병처리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도 검찰이 서두르는 바람에 보장된 피의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 영장 기각은 주요 외신들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의 향후 진로에 이 부회장의 신병 문제가 그만큼 중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11일 연다. 사안의 실체와 5년째 수사를 받는 기업 수사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시민들과 외부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