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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보망 느슨한새… 위기의 아이들 학대에 ‘신음’

입력 | 2020-06-10 03:00:00

코로나로 방문조사 전면중단… 위기아동 1만7079명 관찰 못해
창녕 학대아동도 1월 등록… 보호기관선 한차례도 찾지 않아
전문가 “방역 지키며 조사 재개를”




프라이팬에 손을 지져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대를 당해온 A 양(9)이 올 초 정부의 위기아동 경보망에 포착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방문조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 양처럼 위기아동으로 분류되고도 방문이 미뤄진 아이들은 올 들어 1만7079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암수(暗數) 학대’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

9일 경남 창녕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A 양은 올 1월 정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위기아동으로 등록됐다. 이 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국가예방접종 미실시 기록 등 공적 정보 41종을 모아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아이들을 방문조사 대상으로 선별한다. A 양은 친모 B 씨(27)의 조현병 병력 등 몇 가지 정보가 기준에 부합해 위기아동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A 양에 대한 방문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2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보건복지부가 방역 조치의 하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따른 위기아동 방문조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복지 공무원의 발길이 끊어진 사이 A 양은 집에 갇혀 친모와 계부 C 씨(35)의 폭행에 시달렸다. 머리에서 피가 날 때까지 막대기로 맞았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3월 등교 개학마저 미뤄지는 바람에 A 양은 외출도 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스스로 집에서 탈출해 이웃 주민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A 양이 당한 학대는 어떤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건 A 양처럼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올해 1차(1∼3월) 방문조사 대상 위기아동을 2만858명 선정해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이 확대되기 전까지 방문조사가 완료된 아동은 3779명(18.1%)뿐이었다. 위기아동 방문조사는 이달 9일 현재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2차(4∼6월) 방문조사 대상 아동은 선별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청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가 올 3, 4월 16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9건)보다 줄어든 건 전혀 긍정적인 수치가 아니다. 한 전문가는 “공식 집계로는 마치 아이들이 더 안전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수면 아래에선 더 끔찍한 학대가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하에 하루빨리 위기아동 방문 점검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기아동 조사 작업은 아동의 태도나 표정, 집안 환경 등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실제 대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의미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학대를 스스로 신고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 청소년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신고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경찰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신고 접수 시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아동이 ‘학대가 아니다’라고 해도 조사를 중단하지 않으며 △기존에 사례 관리 중인 학대 위험 아동 2315명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한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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